이명박 대통령이 18일 한일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(野田佳彦) 일본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 것은 `작심 발언'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.
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"이 대통령이 강력히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실무선에서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세게 할지는 몰랐다"면서 "대통령이 직접 결단한 것"이라고 말했다.
실제로 이 대통령은 전날 오사카 동포간담회에서부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측을 사전 압박했다.
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"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일본은 영원히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부담을 갖게 될 것"이라며 "그분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양국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"이라고 밝혔다.
이어 열린 만찬에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에게 위안부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, 산적한 한일 간 안보ㆍ경제협력을 위해 이 문제를 시급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는 후문이다.
이 대통령은 노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"한일 양국은 공동번영과 역내 평화ㆍ안보를 위해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하고 걸림돌인 군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데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"고 밝혔다.
특히 이 대통령은 "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. 노다 총리의 보다 성의있는 해결책을 기대한다"면서 "그것은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서 기초하는 것"이라며 노다 총리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.
이 대통령이 이처럼 일본 측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한 어조로 요구한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서 `시간적 유한성(有限性)'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.
현재 생존해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63명에 불과하고 이들이 모두 80세 이상이어서 더 이상 지연시킬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깊게 투영돼 있다는 분석이다.
이 대통령이 "일생의 한을 갖고 살던 예순세 명의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양국 간 (이 문제를) 해결하지 못하는 큰 부담으로 남게 된다"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.
하지만 이 대통령은 노다 총리가 `인도주의적 차원의 지혜'를 내세우며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`평화비' 철거를 요청하자 상당히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.
두 정상 사이에서 이 같은 냉랭한 기류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교토의 대표적 문화명소인 료안지(龍安寺) 시찰이 당초 예정시간보다 앞당겨져 서둘러 끝난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.
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노다 총리에게 "앞으로 양국관계에 대해서 노력해달라"고 거듭 당부했다고 한다.
핵심 관계자는 "대통령이 노다 총리와의 료안지 시찰을 전부 다 하지 못한 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"고 말했다.
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"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작심하고 거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"면서 "향후 한일 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"이라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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